로또 번호를 고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조합, 예전에 1등으로 나온 적 있는 거 아냐? 그럼 다시는 안 나오겠지." 반대로 "혹시 지금까지 똑같은 6개가 두 번 나온 적이 있을까?"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22년이 넘는 1,227번의 추첨 동안, 완전히 같은 번호 조합이 다시 등장한 적이 있는지 데이터로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결과는 명확합니다. 1회부터 1,227회까지, 똑같은 6개 조합이 두 번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1,227번의 당첨 조합은 모두 서로 다릅니다. 가장 비슷했던 경우조차 6개 중 5개가 겹친 데서 멈췄습니다.
0번
1~1,227회 중 완전히 똑같은 6개 조합이 다시 나온 횟수. 가장 비슷한 회차쌍도 5개까지만 일치
가장 비슷했던 회차들 — 5개 일치 21쌍
완전히 같은 조합은 없었지만, 6개 중 5개가 겹친 '아슬아슬한' 회차쌍은 22년간 21번 있었습니다. 그중 최근 사례 두 개를 보겠습니다.
- 233회(2007년): 4·6·13·17·28·40
- 1,226회(2026년): 4·6·13·17·26·28
두 회차는 4·6·13·17·28을 똑같이 공유하고, 마지막 한 자리(40 vs 26)만 다릅니다. 무려 19년의 간격을 두고 5개가 겹친 것이죠. 또 다른 사례인 344회(1·2·15·28·34·45)와 1,219회(1·2·15·28·39·45)도 1·2·15·28·45를 공유하며 한 자리만 어긋났습니다. 이렇게 '거의 같은' 조합은 가끔 나오지만, 마지막 한 칸까지 똑같아지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5개 일치 회차쌍들이 대부분 수백 회, 수십 년의 간격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달아 비슷한 번호가 나오는 게 아니라, 까맣게 잊힐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우연히 비슷한 조합이 다시 등장하는 식입니다. 만약 어떤 번호 조합에 '잘 나오는 성질'이 있었다면 비슷한 조합이 짧은 간격으로 몰려 나와야 할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21쌍의 분포 자체가 추첨이 철저히 무작위라는 또 하나의 방증인 셈입니다.
왜 아직 한 번도 중복이 없을까
언뜻 1,227번이나 추첨했으면 우연히 같은 게 한 번쯤 나올 법도 한데, 왜 없을까요? 답은 '생일 역설'의 반대 상황에 있습니다.
생일 역설은 23명만 모여도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는다는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가능한 경우의 수(365일)가 비교적 작기 때문이죠. 그런데 로또는 가능한 조합이 814만 5,060가지로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경우의 수가 이렇게 크면, 표본이 수천 개여도 중복이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실제로 계산해 보면, 1,227번의 추첨에서 완전히 같은 조합 한 쌍이라도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횟수는 약 0.09쌍입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중복이 한 번이라도 생겼을 확률은 약 **9%**에 불과했습니다. 즉 중복이 없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라, 91%의 확률로 예상되던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이 기댓값은 회차 수가 늘수록 빠르게 커집니다. 비교 가능한 회차쌍의 수가 회차 수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1,227회에서는 비교할 수 있는 회차쌍이 약 75만 쌍인데, 이 숫자가 814만에 가까워질수록 중복이 생길 가능성도 함께 커집니다. 그래서 '중복이 영원히 안 생긴다'가 아니라 '아직은 생길 만큼 회차가 쌓이지 않았다'가 정확한 설명입니다.
그럼 언제쯤 첫 중복이 나올까
이론적으로 계산하면, 어떤 두 회차가 완전히 같아질 확률이 50%를 넘으려면 약 3,360회의 추첨이 쌓여야 합니다. 현재 1,227회이니 약 2,100회가 더 필요하고, 지금처럼 주 1회 추첨한다면 **약 40년 뒤(2060년대)**에야 "반반의 확률로 첫 중복이 생길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합니다.
물론 이건 평균적인 기댓값일 뿐, 당장 다음 주에 과거와 똑같은 조합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확률이 낮을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지금까지 없었으니 이제 곧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뒤에서 설명할 도박사의 오류입니다. 중복이 50% 시점에 가까워졌다고 해서 다음 한 회차에 중복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매 회차의 추첨은 언제나 똑같은 조건에서 새로 시작됩니다.
과거에 나온 조합을 사면 불리할까?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내가 고른 번호가 예전에 1등으로 나온 조합이라면, 다시 나올 가능성이 없으니 피해야 할까요?"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입니다.
추첨기는 그 조합이 과거에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814만 개 조합은 매 회차 똑같은 확률(1/8,145,060)로 뽑힙니다. 한 번 나왔던 조합이라고 해서 다음에 나올 확률이 0이 되는 것도,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 당첨 조합도, 한 번도 안 나온 조합도, 다음 회차에 뽑힐 확률은 완벽하게 같습니다.
그러니 "이 번호는 옛날에 나왔으니 빼자"는 전략은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래 안 나온 번호가 "이제 나올 때"인 것도 아닙니다. 과거의 출현 기록은 미래의 추첨에 어떤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확률에서 가장 흔히 어기는 도박사의 오류입니다.
오히려 과거 당첨 조합을 '일부러'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예전에 나온 번호는 또 안 나오겠지"라고 생각해 그 조합을 피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그 조합이 다시 나온다면 같은 번호를 산 사람이 적어 당첨금을 덜 나눠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건 당첨 확률과는 무관한, 분배상의 미세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핵심은 과거 출현 여부가 당첨 확률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 기준으로 번호를 넣거나 빼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리
- 1~1,227회 중 완전히 같은 6개 조합이 다시 나온 적은 0번
- 가장 비슷한 회차쌍도 5개 일치에서 멈춤 (22년간 21쌍, 예: 233회 ↔ 1,226회)
- 중복이 없는 것은 정상 — 1,227회 기준 중복이 생겼을 확률은 약 9%에 불과
- 50% 확률로 첫 중복이 기대되는 시점은 약 3,360회(약 40년 뒤)
- 과거 당첨 조합도 다음 회차에 뽑힐 확률은 동일한 1/8,145,060 — 피할 이유 없음
- "이미 나온 조합은 안 나온다"와 "오래 안 나온 게 곧 나온다"는 둘 다 도박사의 오류
자주 묻는 질문
로또에서 똑같은 번호가 두 번 나온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1회부터 1,227회까지 당첨된 6개 조합은 모두 서로 다릅니다. 가장 비슷한 경우도 6개 중 5개가 겹친 데서 멈췄으며, 그런 회차쌍이 22년간 21번 있었습니다.
왜 22년 동안 한 번도 중복이 안 나왔나요?
가능한 조합이 814만 가지가 넘어 표본이 수천 개여도 중복이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산상 1,227회까지 중복이 한 번이라도 생겼을 확률은 약 9%에 불과해, 중복이 없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과거에 1등으로 나온 번호를 사면 손해인가요?
아닙니다. 추첨기는 과거 기록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나온 조합도 다음 회차에 뽑힐 확률은 다른 모든 조합과 똑같은 1/8,145,060입니다. 과거 당첨 조합이라고 피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앞으로 같은 번호가 두 번 나오는 일이 생길까요?
언젠가는 가능합니다. 이론상 첫 중복이 50% 확률로 기대되는 시점은 약 3,360회로, 지금 속도로는 약 40년 뒤입니다. 다만 평균적인 기댓값일 뿐, 당장 다음 주에 나올 수도 그보다 훨씬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