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사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매주 똑같은 번호를 고수하는 '고정파'와, 매번 자동으로 새 번호를 받는 '자동파'입니다. 고정파에게는 나름의 믿음이 있습니다. "내 번호는 언젠가 나온다. 계속 사다 보면 결국 당첨될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번호를 꾸준히 사면 정말 1등에 가까워질까요? 그리고 평균적으로 몇 년이나 사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번호를 고수하든 매주 바꾸든 1등 확률은 완전히 똑같습니다. 그리고 그 확률은 우리의 수명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영역에 있습니다.
약 0.05%
같은 번호로 매주 한 장씩 80년(평생) 사도 1등에 한 번이라도 당첨될 확률
같은 번호가 유리하다는 착각
먼저 가장 중요한 사실입니다. 매주 추첨은 완전히 독립된 사건입니다. 지난주에 내 번호가 안 나왔다고 이번 주에 나올 확률이 올라가지 않고, 10년을 같은 번호로 사 왔다고 적립되는 것도 없습니다. 매 회차 내 번호가 1등일 확률은 언제나 똑같이 1/8,145,060입니다.
그러니 "오래 고수한 번호가 이제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은 도박사의 오류입니다. 추첨기는 내가 그 번호를 몇 년이나 사 왔는지 알지 못합니다. 같은 번호를 100번 사든, 100번 모두 다른 번호를 사든, 1등을 한 번이라도 맞힐 확률은 정확히 같습니다.
한 번이라도 당첨될 확률 — 80년을 사도
그렇다면 같은 번호로 오래 사면 '한 번이라도' 당첨될 가능성은 얼마나 쌓일까요? 1등 확률(1/8,145,060)을 기준으로 기간별로 계산해 봤습니다.
| 매주 1장씩 산 기간 | 1등 한 번이라도 당첨될 확률 |
|---|---|
| 10년 (520회) | 약 0.0064% (약 1/15,700) |
| 30년 (1,560회) | 약 0.019% (약 1/5,200) |
| 50년 (2,600회) | 약 0.032% (약 1/3,100) |
| 80년 (4,160회) | 약 0.051% (약 1/1,960) |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80년 동안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같은 번호를 사도 1등에 한 번이라도 당첨될 확률은 약 0.05%, 즉 약 2,000분의 1에 불과합니다. "꾸준히 사면 언젠가는"이라는 믿음이 통계적으로 왜 성립하지 않는지 보여 주는 숫자입니다.
표를 보면 기간이 늘어도 확률이 거의 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10년에서 80년으로 구입 기간을 여덟 배 늘려도 당첨 확률은 0.0064%에서 0.051%로, 여전히 0.1%에도 못 미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한 번의 시도가 워낙 희박해서, 시도 횟수를 몇천 번 쌓아도 전체 확률은 좀처럼 의미 있는 크기로 자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방울 몇천 개를 모아도 양동이가 차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평균 대기 시간은 15만 년
다른 각도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같은 번호로 1등에 평균적으로 한 번 당첨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약 15만 7천 년입니다(814만 회 ÷ 연 52회). 인류 문명사를 서른 번 반복해야 하는 시간이죠. 이는 번호를 매주 바꾸는 자동파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확률을 실생활로 비유해 보면, 한 사람의 일생은 1등에 닿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 단위입니다.
내 번호가 안 나오는 건 지극히 정상
고정파가 가장 답답해하는 건 "몇 년째 사는데 한 번도 안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건 불운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1회부터 1,227회까지 추첨된 당첨 조합은 모두 서로 다른 1,227가지입니다. 그런데 가능한 전체 조합은 814만 5,060가지죠. 즉 2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실제로 나온 조합은 전체의 **0.0151%**에 불과합니다. 바꿔 말하면 가능한 조합의 99.98%는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내가 고른 6개 조합도 거의 확실히 이 '한 번도 안 나온 99.98%'에 속해 있습니다. 안 나오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안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심지어 앞으로 수십 년을 더 추첨해도 이 그림은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매년 52개씩 조합이 새로 뽑혀도, 814만 개를 모두 채우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15만 년이 넘게 걸립니다. 내 번호가 그 사이에 호명될 차례가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리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런데 왜 같은 번호를 고수할까
확률상 아무 이득이 없는데도 많은 사람이 같은 번호를 고수합니다. 이유는 수학이 아니라 심리에 있습니다. 핵심은 '후회 회피'입니다. "내가 늘 사던 번호가 하필 안 산 주에 나오면 어쩌지?"라는 상상은 견디기 힘든 후회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그 후회를 피하려고 매주 같은 번호를 사는 것이죠.
이건 비합리적인 게 아니라 충분히 이해할 만한 선택입니다. 다만 분명히 해 둘 점은, 그것이 당첨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사는 행위라는 사실입니다. 같은 번호를 고수하는 즐거움이나 안정감 자체는 좋지만, 거기에 "그래서 더 유리하다"는 기대까지 얹을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함정도 있습니다. 같은 번호를 오래 사다 보면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그만두면 그동안 산 게 아깝다"는 생각, 이른바 매몰비용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얼마를 썼든 다음 한 장의 당첨 확률은 변하지 않습니다. 10년을 산 사람과 오늘 처음 사는 사람의 이번 주 1등 확률은 똑같이 1/8,145,060입니다. 그동안의 구입액이 미래의 확률을 끌어올려 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면, 불필요한 부담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번호를 바꾸면 더 나을까
그렇다면 반대로 매번 번호를 바꾸는 게 유리할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당첨 확률은 어느 쪽이든 동일합니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번호를 고를 때 남들이 잘 쓰는 인기 패턴(생일·연속수 등)을 피하는 것 정도가 의미 있습니다. 이는 당첨 확률을 높여서가 아니라, 혹시 당첨됐을 때 같은 번호를 맞힌 사람이 적어 당첨금을 덜 나눠 갖게 하는, 분배상의 작은 이점일 뿐입니다.
정리
- 같은 번호 고수와 매주 변경은 1등 확률이 완전히 동일 (매 회차 독립시행)
- 같은 번호로 80년(4,160회)을 사도 1등 한 번이라도 당첨될 확률은 약 0.05%(약 1/1,960)
- 평균적으로 1등 한 번까지 약 15만 7천 년이 필요
- 역대 추첨된 조합은 814만 중 1,227가지뿐 — 가능한 조합의 99.98%는 한 번도 안 나옴
- 같은 번호 고수는 확률 전략이 아니라 후회를 피하려는 심리적 선택
자주 묻는 질문
같은 번호를 계속 사면 당첨 확률이 높아지나요?
높아지지 않습니다. 매주 추첨은 독립된 사건이라, 지난 회차 결과가 이번 회차 확률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같은 번호를 10년 사든 매주 바꾸든, 1등을 한 번이라도 맞힐 확률은 동일합니다.
같은 번호로 매주 사면 평균 몇 년 만에 1등에 당첨되나요?
평균 약 15만 7천 년입니다. 1등 확률 1/8,145,060을 매주(연 52회) 시도하는 기준입니다. 80년을 평생 사도 한 번이라도 당첨될 확률은 약 0.05%에 그칩니다.
내 번호가 몇 년째 안 나오는데, 이제 나올 때가 된 건가요?
아닙니다. 추첨기는 내가 그 번호를 얼마나 오래 사 왔는지 기억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조합의 99.98%는 22년간 한 번도 나오지 않았으며, 특정 번호가 오래 안 나오는 것은 불운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같은 번호를 고수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확률상 이득은 없지만, "안 산 주에 내 번호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후회를 피하는 심리적 의미는 있습니다. 안정감을 위해 같은 번호를 쓰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이 당첨 확률을 높여 준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